오늘은 팔공산 주능선을 종주해보려고 생각하다가 그건 단풍이 더 드는 며칠 후로 미루고, 텃밭에다 작은 연못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도랑물이 흘러 나오도록 만들어진 밸브 앞쪽 토란밭 머리에 삽, 괭이, 곡괭이를 사용하여 땅을 팠다. 서너 시간 땀을 흘려, 가장 깊은 곳은 1m쯤의 깊이가 되도록 파고나서, 도랑물로 담수를 하니 수면 넓이가 한 평은 좋이 되는 것 같다. 한 평이라는 면적이 이토록 넓은지, 물의 양은 또 얼마나 많은지 오늘 실감하였다.
이리하여 반달 모양의 작은 연못이 하나 한반도의 아래쪽 팔공산 자락에 새로이 생겼다. 이 둠벙은 텃밭에 물을 줘야 할 때 조금씩 내려오는 도랑물을 미리 받아 두어 시간을 절약할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내게는 그밖에 욕심이 하나 더 생겼다. 앞으로 두고봐서 누수가 많이 되지 않는다면 수련과 어리연을 화분에 담아 물속에 한 포기씩 심고, 내년 봄쯤엔 붕어와 미꾸라지도 몇 마리 초빙할 생각이다. 봄이 오면 개구리들은 부르지 않아도 제발로 찾아와 줄 것이고...
得趣不在多 盆池拳石間 煙霞具足
會景不在遠 蓬窓竹屋下 風月自賖
흥취를 얻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으니 작은 연못과 돌멩이 하나에도 자연의 정취가 깃들어 있고
좋은 경치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오막살이 초가집에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이 흠뻑 스미네
-- 採根譚 後集 5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