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패랭이꽃

공산(空山) 2016. 1. 7. 13:56

   패랭이꽃

   송찬호

 

 

   방죽 너머 길가에 패랭이꽃 여자가 피어 있다

   여자 나이는 마흔쯤 됐겠다 꽃잎 속눈썹은 삐뚤, 꽃 모가지는 빼뚤,

   그런 그 여자의 삐뚤빼뚤한 길을 따라 염소들은 오늘도 학교엘 가는데,

   보나마나 오늘 듣고 쓰기 시간 염소들 글씨도 삐뚤빼뚤

   그 주위 풍경도 더는 참지 못하고 공장 굴뚝 연기도 삐딱, 앞을 휑하니 지나간 택시의 먼지구름도 삐딱,

 

   부스스 여자는 몸을 일으킨다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

   길 가는 누군가 패랭이꽃을 물으면 여자는 자기의 아랫도리를 보여준다

   성긴 잎과 줄기, 초록 목발로 서 있는 패랭이 패랭이 패랭이......

   그 여자의 몸에 다보록 패랭이꽃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

'송찬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린  (0) 2016.01.07
코끼리  (0) 2016.01.07
오동나무  (0) 2016.01.07
가을  (0) 2016.01.07
만년필  (0) 201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