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빛
송찬호
사내가 여자와의 사이에 아이들을 차례차례 눕혔다
물먹은 잠수함처럼 아이들은 금세 방바닥 깊이 꺼져 들어갔다
그날 밤 그는 흰 빵보다 더 포근하고 거대한 잠 고래를 보았다
그는 촘촘한 그물을 가만가만 내렸다
그 빽빽한 가난에 걸려들면 무엇 하나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물이 찢어지도록 밤새도록 걷어 올린
발 디디면 금방 꺼질 것 같은 조그만 섬들, 그의 아이들
그는 조심조심 그 징검다리를 밟고 건너가
그렇게 또 하룻밤 자고 되돌아갔다
물가에서 울고있는 빈 항아리 같은 여자를 남겨 두고
기와 한 장 깨져도 비가 새듯
비늘 한 장 떨어진 창 너머 당신들의 방이 훤히 들여다 보였습니다
가난의 빛이 눈부시게 흘러나왔습니다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민음사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