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관음이라 불리는 향일암 동백에 대한 회상

공산(空山) 2015. 12. 31. 22:59

 

   관음이라 불리는 향일암 동백에 대한 회상

   송찬호

 

 

   무릇 생명이 태어나는 경계에는

   어느 곳이나

   올가미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

   저렇게 떨림이 있지 않겠어요

 

   꽃을 밀어내느라

   거친 옹이가 박인 허리를 뒤틀며

   안간힘 다하는 저 늙은 동백나무를 보아요

 

   그 아득한 올가미를 빠져나오려

   짐승의 새끼처럼

   다리를 모으고

   세차게 머리로 가지를 찢고

   나오는 동백꽃을 이리 가까이 와 보아요

 

   향일암 매서운 겨울 바다 바람도

   검푸른 잎사귀로

   그 어린 꽃을 살짝 가려주네요

 

   그러니 동백이 저리 붉은 거지요

   그러니 동백을 짐승을 닮은 꽃이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송찬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송화  (0) 2016.01.06
옛날 옛적 우리 고향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올 무렵,  (0) 2016.01.06
山經에 가서 놀다  (0) 2015.12.31
가난의 빛  (0) 2015.12.30
부유하는 공기들  (0) 201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