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러진 동백
송찬호
이제 나는 돌부처의 목 부러진 이유를 알겠다
부러져 뒹굴며 발끝에 채이는
미소의 이유를 알겠다
내 안에서 서로 싸우는 짐승들 또한 그렇다
그래, 너희들, 그렇게 싸우는
분명한 선악의 경계가 있는 것이냐
人面과 獸心중 분명한 승자가 있는 것이냐
오늘은 아예
인면이나 수심의
어느 한쪽 얼굴이 아닌
두루뭉수리 인면수심의 얼굴로 돌아다녀야겠다
그러다 인면수심마저 내려놓고
불로와 불사마저 벗어버리고
떨어져나간 목 위에 동백이나 얹어놓아야겠다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가는 건들바람들
너희도 목 부러지겠다
―「붉은 눈, 동백」 문지.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