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부유하는 공기들

공산(功山) 2015. 12. 29. 21:26

   부유하는 공기들

   송찬호

 

 

   그는 아주 느린 삶을 살았다

   촛불과

   고양이와

   잔소리 많은 공기의 여자와 함께

 

   촛불은 날마다 몇 개의 밤을 더 달라고 졸랐다

   그는 촛불에게

   진주가 들어 있는 밤은

   이 세계에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일러주었다

 

   그는 오래 우정을 나눴던 나무와

   그의 삶의 보폭을 맞췄다

   그 나무는 지난 백년 동안

   오직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뎠기에,

 

   정의가 그렇게 누추할 수가 없었던 시대,

   그는 한 걸음만 나아가

   오래된 미래를 기다렸다

   한꺼번에 세 걸음 이상 걸으면 공기는 죽기 때문에

 

 

   —「시인동네」201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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