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공기들
송찬호
그는 아주 느린 삶을 살았다
촛불과
고양이와
잔소리 많은 공기의 여자와 함께
촛불은 날마다 몇 개의 밤을 더 달라고 졸랐다
그는 촛불에게
진주가 들어 있는 밤은
이 세계에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일러주었다
그는 오래 우정을 나눴던 나무와
그의 삶의 보폭을 맞췄다
그 나무는 지난 백년 동안
오직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뎠기에,
정의가 그렇게 누추할 수가 없었던 시대,
그는 한 걸음만 나아가
오래된 미래를 기다렸다
한꺼번에 세 걸음 이상 걸으면 공기는 죽기 때문에
—「시인동네」2015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