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배 고란초
신대철
그곳이 어디든 떠돌다 버려지면 넉배로 가는 길이 보인다. 물어서 갈 수 없고 몸보다 앞서서는 이를 수 없는 넉배, 배도 유민도 흘러가고 배턱만 갈대에 기대어 흔들리는
거기서는 쏟아지는 눈 그치고
망설이다 퍼붓는 눈, 사이사이 어두운
눈 휩쓸리는 막다른 골길
화약창 한 귀퉁이 움막에는
아범이냐, 하고 문 열어제치는 할머니,
쫓기는 아들 한번 스치려고 인공 때 대치 참나무댕이에서 막걸리 빚고 주먹밥 뭉치던 손 비집고 터져나오는 기침 소리, 애끓는 소리 가라앉지 않아 온 산판을 헤매면서 사방에 육남매 두고 거기 흩어져 살다 버려진 마티 할머니
남은 숨결, 잎 뒤에
볼록 튀어나온
화약 종이 같은 홀씨 주머니에
따스히 감싸안는 고란초,
바람받이 바위벽에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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