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4
신대철
극지에서 극지로 떠돌면서
눈과 빙하와 몽골 반점만 남아
Sam and Lee*로 돌아왔습니다.
산청에서 온 요리사 송씨가
본토 어디서든 Sam, 혹은 Lee로 살아보려고
하루 2교대, 요리 책을 넘기며 밤일을 하고
당신이 얼음 구름 속으로 들어간 해를 끼고
언 호수를 건너 에스키모 숙소로 돌아가다
환하게 어른거리는 그림자, 훈훈한 사투리에
다리를 후들거리며 어깨가 쏠린 채 돌아서는 곳,
Sam and Lee, 목조 건물 2층, 건조실 같은 다락방, 밖으로 난 계단으로 올라가 꽝꽝 두드려야 열리는 문. 송씨는 슬리핑 백에 사지를 집어넣고 노란 손때 묻은 구인광고 신문을 뒤집어쓰고 불을 켠 채 잠들어 있습니다. 88올림픽 포스터 밑에는 넘치는 깡통 요강, 신지 않은 월드컵 운동화, 나는 그 사이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따갑게 그의 몸부림이 넘어오고 넘어옵니다.
Sam and Lee,
Sam, 혹은 Lee로 살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조국과 멀어질수록
조국과 가장 가까워지는 곳.
* 알레스카 최북단 배로에 있는 한국 식당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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