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어디에선가
박승민 (1964~)
안녕,
지구인의 모습으로는 다들 마지막이야
죽은 사람들은 녹거나 흐르거나 새털구름으로 떠오르겠지
그렇다고 이 우주를 영영 떠나는 건 아니야
생각,이라는 것도 아주 없어지진 않아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건 확실해
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모여 ‘내’가 되었듯
다음에는 버섯 지붕 밑의 붉은 기둥이 될 수도 있어
죽는다는 건 다른 것들과 합쳐지는 거야
새로운 형태가 되는 거야
꼭 ‘인간’만 되라는 법이 어디에 있니?
그러고 보니 안녕, 하는 작별은 첫 만남의 인사였네
우리는 ‘그 무엇’과 왈칵 붙어버릴 테니깐
난 우주의 초록빛 파장으로 번지는 게 다음 행선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