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하여간, 어디에선가 - 박승민

공산(空山) 2024. 9. 29. 17:11

   하여간, 어디에선가

   박승민 (1964~)

 

 

   안녕,

   지구인의 모습으로는 다들 마지막이야

   죽은 사람들은 녹거나 흐르거나 새털구름으로 떠오르겠지

   그렇다고 이 우주를 영영 떠나는 건 아니야

   생각,이라는 것도 아주 없어지진 않아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건 확실해

   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모여 ‘내’가 되었듯

   다음에는 버섯 지붕 밑의 붉은 기둥이 될 수도 있어

   죽는다는 건 다른 것들과 합쳐지는 거야

   새로운 형태가 되는 거야

   꼭 ‘인간’만 되라는 법이 어디에 있니?

   그러고 보니 안녕, 하는 작별은 첫 만남의 인사였네

   우리는 ‘그 무엇’과 왈칵 붙어버릴 테니깐

   난 우주의 초록빛 파장으로 번지는 게 다음 행선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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