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달은 아직 그 달이다 - 이상국

공산(功山) 2024. 7. 21. 20:11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이상국
 
 
   나 어렸을 적 보름이나 되어 시뻘건 달이 앞산 등성이 어디쯤에 둥실 떠올라 허공 중천에 걸리면 어머니는 야아 야 달이 째지게 걸렸구나 하시고는 했는데, 달이 너무 무거워 하늘의 어딘가가 찢어질 것 같다는 것인지 혹은 당신의 가슴이 미어터지도록 그립게 걸렸다는 말인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나는 이 말을 시로 만들기 위하여 거의 사십여 년이나 애를 썼는데 여기까지밖에 못 왔다. 달은 아직 그 달이다.
 
         
   ―『달은 아직 그 달이다』 2016
 
 

상현달, 2024. 2. 17. (음력 정월 초여드레), 봉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