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서로 등 돌리고 앉아서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빵을 먹고 - 김륭

공산(空山) 2024. 7. 18. 18:33

   서로 등 돌리고 앉아서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빵을 먹고
   김륭(1961~ )


   늙었다는 문장 위에 앉아 빵을 굽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냄새가 난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여서 누군가는 춥고 누군가는 뜨거울 거야 뒷모습을 취소하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게 누구든 거울을 보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어서
 
   우주의 한 구석으로 개미떼처럼 몰린 우리 모두의 기억이 구워낸 빵이다 빵을 뜯어먹을 때마다 그림자처럼 붙어있던 기억이 우걱우걱 씹힌다 그게 누구든 그럴 줄 알았다
 
   우리는 매번 빵에게 당한다

   이미 지켜보고 있었던 이야기다 노후는 미래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과거에서 온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둥둥 걷어붙이고 - 송진권  (0) 2024.07.24
달은 아직 그 달이다 - 이상국  (0) 2024.07.21
자정 - 이경림  (1) 2024.07.15
역광의 세계 - 안희연  (0) 2024.07.10
어두운 마음 - 이영광  (0)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