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등 돌리고 앉아서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빵을 먹고
김륭(1961~ )
늙었다, 는 문장 위에 앉아 빵을 굽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냄새가 난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여서 누군가는 춥고 누군가는 뜨거울 거야 뒷모습을 취소하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게 누구든 거울을 보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어서
우주의 한 구석으로 개미떼처럼 몰린 우리 모두의 기억이 구워낸 빵이다 빵을 뜯어먹을 때마다 그림자처럼 붙어있던 기억이 우걱우걱 씹힌다 그게 누구든 그럴 줄 알았다
우리는 매번 빵에게 당한다
이미 지켜보고 있었던 이야기다 노후는 미래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과거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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