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가을 드들강 - 김태정

공산(空山) 2023. 9. 21. 18:30

   가을 드들강

   김태정(1963~2011)

 

 

   울어매 생전의 소원처럼 새가 되었을까
   새라도 끼끗한 물가에 사는 물새가

 

   물새가 울음을 떨어뜨리며 날아가자
   바람 불고 강물에 잔주름 진다
   슬픔은 한 빛으로 날아오르는 거
   그래가끔은 강물도 흔들리는 어깨를
   보일 때가 있지
   오늘같이 춥고 떨리는 저녁이면
   딸꾹질을 하듯 꾹꾹 슬픔을 씹어 삼키는,
   울음은 속울음이어야 하지 울어매처럼
   저 홀로 듣는 저의 울음소린
   바흐의 무반주첼로곡만큼 낮고 고독한 거
   아니아니 뒤란에서 저 홀로 익어가는
   간장맨치로 된장맨치로 톱톱하니
   은근하니 맛깔스러운 거

 

   강 건너 들판에서 매포한 연기 건너온다
   이맘때쯤 눈물은
   뜨락에 널어놓은 태양초처럼
   매움하니 알큰하니 빠알가니
   한세상 슬픔의 속내도란도란 익어가는데
   강은 얼마나 많은 울음소릴 감추고 있는지
   저 춥고 떨리는 물무늬 다 헤아릴 길 없는데
   출렁이는 어깨 다독여주듯
   두터워지는 산그늘이나 한자락
   기일게 끌어당겨 덮어주고는
   나도 그만 강 건너 불빛 속으로 돌아가야 할까부다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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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정(金兌貞)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1991 <사상문예운동> 雨水 6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1 11 6일 암으로 해남에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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