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가림
사철 석탄가루를 싣고 오는
열하(熱河) 승덕(承德)의 바람 속에 서서 엄마는
홍건적(紅巾賊)같이 무섭기만 한 호밀들의 허리를
쓰러넘기며 쓰러넘기며
부끄러운 달을 마중하였다 멀리
보일 듯 말 듯 움직이는 외길 따라
눈물 나는 행주치마로 가고 있었다
마른 말똥거름 따위 검불 따위
꺼멓게 널린 모닥불의 방천 둑을 지날 때마다
어찌나 키 큰 송전선주가 잉잉 울었던지
귀신처럼 무서웠다 지연(紙鳶)이 목매달고 있었다
어느 일요일이던가 애견(愛犬) 쫑이 죽고
빨간 새끼들만 남아 기어다니는 헛간
나도 한 마리 강아지 되어 바자니던 것을
오줌싸개의 나라에서는 자주 폭군이 되어
활 쏘는 이순신의 손자의 손자
한 웃음소리에도 어둠이 무너지고
한 돌팔매에도 참새 떼들은 떨어졌다
노을 속 참깨를 뿌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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