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덩굴손 - 염창권

공산(空山) 2023. 7. 24. 12:02

   덩굴손

   염창권(1960~ )

 

 

   어린 딸의 하루하루를 맡겨두는 이웃집

   구석진 벽으로 가서 덩굴손을 묻고 울던 걸

   못 본 척 돌아선 출근길

   종일 가슴이 아프더니

 

   담 벽을 타고 넘어온 포도 넝쿨 하나

   잎을 들추니 까맣게 타들어 간 덩굴손

   해종일 바지랑대를 찾는

   안타까운 몸짓

 

   저물어서야 너를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촉촉한 네 눈자위를 꼬옥 부여잡고 걸으면

   "아침에 울어서 미안해요"

   아빠를 위로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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