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층에서 본 거리 - 김지혜

공산(空山) 2015. 12. 21. 17:52

   이층에서 본 거리

   김지혜

 

 

   모시 반바지를 걸쳐 입은 금은방 김씨가 도로 위로 호스질을 하고 있다.

   아지랑이가 김씨의 장딴지를 거웃처럼 감아 오르며 일렁인다.

   호스의 괄약근을 밀어내며 투둑 투둑 흩뿌려지는 의 알약들

   아 아 숨이 막혀, 미칠 것만 같아

   뻐끔뻐끔 아스팔트가 더운 입김을 토하며 몸을 뒤튼다.

   장딴지를 감아 올린 거웃이 빳빳하게 일어서며 일제히 용두질을 시작한다.

   한바탕 대로와 아지랑이의 질펀한 정사가 치러진다.

   금은방 김씨가 잠시 호스질을 멈추고 이마에 손을 가져가 짚는다.

   아 아 정말 살인적이군, 살인적이야

   금은방 안, 정오를 가리키는 뻐꾸기 시계의 추가 축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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