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꽃 - 문인수

공산(空山) 2015. 12. 21. 18:00

   꽃

   문인수

 

 

   말이 되지 않는다. 손아귀에 꽉 꽉 꽉 구겨 쥔 에이 포 용지를 냅다 방구석으로 던졌다. , 처박힌 종이 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 뿌드드드 드드 부풀어오르다, 부풀어오르다, 이내 잠잠해 진다.

 

   종이도 죽는구나

 

   그러나 입 콱 틀어 막힌 그 마음의 밑바닥에 얼마나 오래 눌어붙어 붙어먹었으면, 그리고 그 무거운 암흑의 産道를 얼마나 힘껏 빠져 나왔으면 그토록 환하게

   뼈 부러지게 기뻤을까

 

   누가, 날 구겨 한 번 멀리 던져다오

 

 

  『쉬2006.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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