삵
우대식
내가 한 마리 삵이 되어
발해만 앞바다를 서성이는 이유는
어디 먼 해조음이 들려오는 탓이다
울지 말고 그만 잠들라는
그 어떤 먼 신호도
울음 소리였다는 것을 아는 때문이다
달 아래
그대 젖가슴으로 찬 손을 천천히 뻗어본다
죽음이란 이런 순간 다가오는 것
내가 한 마리 삵이 되어
발해만 앞바다를 서성이는 이유는
발이 네 개인 때문이다
해변을 달린다
달림, 들림 혹은 울음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
12월의 해변을 내달려
나의 울음도, 너의 울음도
그대 핏줄 어딘가에 돋아난
푸른 감각이기를 간절히 원할 뿐이다
그대에게 보낸 한 통의 죽간(竹簡)은 받아보았는가
내 입에는 날이 선 이빨이 가득 고여
입을 벌리면 한 마리 삵이 되어
눈 내린 험한 산을 떠돈다고 썼다
기차는 발해만을 떠나 극락강을 지나는 중이다
광포한 노래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고 썼다
너는 읽었는가
모든 근육이 일제히 발이 되어 걸어가는
한 마리 삵,
꽃무늬 발자국이 그대 젖은 분화구를
어지럽게 흩뜨려 놓았을 것이다
―『단검』실천문학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