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행
우대식
태백으로 돌아가야겠다
높고 우뚝하지만 늘 그림자가 진 곳
사람의 마을에서 소리를 지르면
쿵쿵 눈이 대답하는 곳
산골 마을에서 도깨비 같은 할머니가 동지 팥죽을 쑤다가
귀신을 만나 빗자루를 두들겨 패는 곳
검은 아리랑이 절벽으로 흘러내려
물이 산을 넘고 산이 물을 건너는
태백으로 가야겠다
낮은 지붕을 맞대고 천변으로 철주를 잇대어
밥도 팔고 술도 파는 곳
겨울에는
한낮에도 해가 떨어져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하루를 살았다고 손을 터는 곳
높고 높으신 것은 하염없이 낮아
누구도 깨닫지 못하고
다만 겨우 발을 딛고 사는 곳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 멸치국수 한 그릇을 먹고 싶다
나는 너무 더러워졌다
--『베두인의 물방울』여우난골,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