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식

태백행

공산(空山) 2022. 9. 8. 21:25

   태백행

   우대식

 

 

   태백으로 돌아가야겠다

   높고 우뚝하지만 늘 그림자가 진 곳

   사람의 마을에서 소리를 지르면

   쿵쿵 눈이 대답하는 곳

   산골 마을에서 도깨비 같은 할머니가 동지 팥죽을 쑤다가

   귀신을 만나 빗자루를 두들겨 패는 곳

   검은 아리랑이 절벽으로 흘러내려

   물이 산을 넘고 산이 물을 건너는

   태백으로 가야겠다

   낮은 지붕을 맞대고 천변으로 철주를 잇대어

   밥도 팔고 술도 파는 곳

   겨울에는

   한낮에도 해가 떨어져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하루를 살았다고 손을 터는 곳

   높고 높으신 것은 하염없이 낮아

   누구도 깨닫지 못하고

   다만 겨우 발을 딛고 사는 곳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 멸치국수 한 그릇을 먹고 싶다

   나는 너무 더러워졌다

 

 

   --『베두인의 물방울』여우난골,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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