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목백일홍 - 정채원

공산(空山) 2022. 7. 14. 08:31

    목백일홍

    정채원

 

 

    여름이 깊어야 비로소 피던 꽃

    다른 꽃 다 폈다 져도

    백일 동안 지지 않고 버티던 꽃잎들

    아무리 못 본 척해도 고집스레 붉던 꽃잎들

    연못 가득 떨어져 있다

    그래, 잘 가라

    외나무다리 건너

    나도 언젠가 너 따라가리니

    가서, 나도 백일 동안 지지 않고 붉을 것이니

    너를 향해 한결같이 피어 있을 것이니

    그때 너, 나를 모른다 모른다 하라

    첫서리 내릴 때까지

    내가 너에게 그랬듯이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민음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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