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연애통화 - 강인한

공산(空山) 2022. 7. 8. 21:31

   연애통화

   강인한

 

 

   가을이면

   금빛 동전을 짤랑거리는 노란 은행나무

   둥치를 사이에 두고 만나기

   만나서 손잡기

   사랑하는 이여.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아, 끝없이 끝없이 눈이 내려서

   집도 세상도 폭삭

   눈에 파묻히게 되면

   삽으로 눈 속에서 굴을 파기

   너희 집에서 우리 집까지

   굴을 뚫고 오가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죽으면 

   무덤을 나란히 하고 누워

   깜깜한 땅 속에서

   드러누운 채로 팔을 뻗어

   나무뿌리처럼 팔을 뻗어

   서로 간지럽히기.

 

 

  『칼레의 시민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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