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김종해 (1941~)
아침 산책길에
혼자서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가는
꼬부랑 노인을 보았다
그 사람 걸어가는 뒷모습 보는 동안
어느새 그 사람은 내 안에 들어와 있다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나에게 얼마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겐 병들지 않은 몸과
지팡이 없이 걸어 갈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음을
고맙다, 고맙다고
하늘에 기도하듯 입속말 하며
나는 천천히 걷는다
어제까지 세상속의 허상虛像을 좇아온
나의 보법步法은 너무 단순하다
걷는 길 어디에서나 허방이 따라 오고
사는 곳 어디에서나 참회가 필요했다
아침 산책길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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