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길을 걷다 - 김종해

공산(空山) 2022. 3. 6. 09:38

   길을 걷다

   김종해 (1941~)

 

 

   아침 산책길에
   혼자서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가는
   꼬부랑 노인을 보았다
   그 사람 걸어가는 뒷모습 보는 동안
   어느새 그 사람은 내 안에 들어와 있다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나에게 얼마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겐 병들지 않은 몸과
   지팡이 없이 걸어 갈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음을
   고맙다, 고맙다고
   하늘에 기도하듯 입속말 하며
   나는 천천히 걷는다
   어제까지 세상속의 허상虛像을 좇아온
   나의 보법步法은 너무 단순하다
   걷는 길 어디에서나 허방이 따라 오고
   사는 곳 어디에서나 참회가 필요했다
   아침 산책길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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