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길이라

울산 부산 김해 여행

공산(空山) 2021. 12. 14. 16:02

소꿉친구 병국이의 제안으로,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두 부부가 2박3일의 일정으로 한반도의 남동 해안쪽으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서 매일 7천명대에 이르고 델타변이에 이어 오미크론변이도 확산되고 있지만, 아내와 나는 친구 부부의 제안을 마다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선뜻 동의를 하고 그저께 아침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코로나 2차 백신(아스트라제네카)을 맞은지 4개월이 지난 나는 3차 백신(모더나)을 맞은지 17일이 지났으므로 항체가 생겼겠지만, 아내는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채 떠나는, 조금은 불안한 여행이었다.
 
 첫 여행지로 도착한 곳은 울산 간절곶이었다. 울산 바닷가라면 울기등대가 있는 대왕암공원쪽으론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이곳은 처음이었다. 바닷가에 펼쳐진 드넓은 잔디밭과 이국적인  풍차, 영화 촬영 셋트로 지었다는 작은 성당이 있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간절곶 부근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면발이 우동처럼 굵은 칼국수가 구수하니 맛있었다. 
 
멸치 철이 아니라서 한산한 기장의 '대변항'을 거쳐 우리는 숙소가 있는 해운대로 향했다. 해운대 백사장엔 빛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수많은 전구들의 불빛으로 이루어진 빛의 물결이 볼만했다. 곰장어 구이로 저녁을 겸하여 술을 마셨는데, 그 자리엔 병국이가 30년 만에 만나는 군대시절의 동기생 부부와 팔공산 고향마을의 소꿉친구 명자가 초청되었다. 당연히 옛 추억담이 무성했다. 물론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막걸리집으로 자리를 옮겨 한잔 더 마시고 나서야 저녁 일정은 끝이 났다. 명자는 해운대에서 거리가 먼 곳에 산다고 했는데, 택시비라도 주지 못하고 보낸 것이 미안했다. 예약한 호텔은 숙박료가 싸면서도 깨끗했다
 
이튿날은, 전날 집에서 가지고 온 군고구마와 키위 등으로 호텔방에서 두 부부가 아침을 때우고, 광안리 해변을 거쳐 국제시장으로 가서 몇 가지 생활용품들을 사기도 하며 구경을 하다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던 예전의 분위기와는 달리 한산한 자갈치시장으로 건너가 생선구이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송도로 가서 해상케이블카를 탔는데, 오래 전에 왔었던 송도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케이블카를 내려서 짧은 '용궁구름다리'를 건너면 '동섬'이라는 아주 작은 섬에 이르는데, 거기에 뜻밖에도 최근에 내가 팔공산에서 찾던 떡갈나무가 마른 잎을 달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둘러보니 떡갈나무는 동섬뿐만 아니라 부근에 여러 그루가 흩어져 자생하고 있었다. 남해안에서의 떡갈나무 군락의 발견, 그것은 이번 여행의 큰 성과(?)였다.  
 
송도 해변을 벗어나 조금 더 서쪽 해변인 다대포에 이르렀다. 차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몰운대' 표지석이 눈에 띄었고 몰운대로 가는 산등성이가 이어져 있었다. 황동규 시인의 시「몰운대행」에 나오는 몰운대는 강원도 정선에 있는 절벽이라는데, 이곳에도 같은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오솔길을 따라 그 몰운대 산등성이를 한 바퀴 걷는 데 한 시간쯤 걸렸을까. 산책로 중간쯤엔 음용수로 적합판정을 받았다는 약수가 있었고, 수도꼭지를 틀어 바가지에 받아 마시는 물맛이 무척 좋았다. 다대포에서 아구찜으로 저녁을 먹고 나서 숙소를 몇 군데 답사한 끝에 작은 호텔에서 일박.
 
여행 셋째 날. 호텔에서 나와 바로 김해의 수로왕릉 앞으로 가서 매생이굴국으로 아침을 먹고, 수로왕릉을 둘러보았다. 부모님 생전에 당신들은 김해김씨 종친회를 통해서 관광버스편으로 이곳을 여러 번 다녀가셨지만, 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넓은 묘역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왕릉 한쪽 구역의 연못 주변에 때아니게 만발한 철쭉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여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수로왕비릉과 그 옆의 구지봉을 둘러보았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수로왕이 서기 42년에 하늘에서 이 구지봉에 내려온 것으로 쓰여 있다고 한다. 나지막한 구지봉 산책로 가에는 차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었는데, 드문드문 흰꽃이 피어 있었다. 왕비릉 앞의 파사각에는 허황옥 공주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올 때 배에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婆娑石塔)이 보존되어 있었다. 
 
국립김해박물관 관람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리는 대구로 돌아와서 막국수로 점심을 먹으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여행일정을 짜고 사흘 동안 운전을 하며 수고를 해 준 병국이가 고마웠다. 그동안 코로나에 갇혀 먼 여행 한번 제대로 못했던 만큼 이번 여행은 나름대로 뜻깊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코로나가 숙지는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내년 봄쯤이면 좋겠지만, 그런 날이 오면 내가 운전을 하며 여행을 한번 해야 하리라.
 
 

간절곶에서
간절곶에서 병국이 부부.
간절곶에서
해운대 빛축제
해운대의 당종려나무와 달
광안리 동백꽃 조화
광안리해수욕장
자갈치시장도 코로나 여파로 한산하다.
송도해상케이블카. 멀리 용궁구름다리로 연결된 동섬이 보인다.
동섬과 연결된 계단과 '용궁구름다리'
송도 동섬에서 만난 떡갈나무
수로왕릉

 

수로왕릉 앞에서
수로왕릉
수로왕릉 앞 연못가의 때아닌 철쭉
연못 분수 앞에도 철쭉이 피어 있다.
수로왕비릉. 왼쪽 숲길로 조금만 나가면 구지봉이 있고, 숲길 밑으로는 자동차 도로 터널이 뚫려 있었다.
왕비릉 앞의 파사석탑
구지봉 정상부에 있는 이 고인돌은 기원전 4세기경의 남방식 지석묘라고 하며, 한석봉이 썼다는 '龜旨峯石' 글자가 새겨져 있다.
구지봉 산책로의 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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