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는 어제 다녀왔으므로, 가뭄을 타는 고추와 토마토 이랑에 물을 대고 옥수수 몇 자루 꺾어 와 맛있게 먹었으므로, 오늘은 오랜만에 구절송전망대에 등산을 하였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난겨울 이래 등산은 처음이다. 어제가 중복이었고 오늘이 대서이고 보면 지금이 한더위인데, 내가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등산을 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첫번째는 체력 테스트다. 반년 이상을 평지에서 자전거만 탔는데 이 더위에도 내가 거기까지 등산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될까 스스로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거의 매일 한두 시간씩 해 온 자전거 타기의 운동 효과에 대한 평가도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떡갈나무를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대구수목원에서 떡갈나무를 몇 십 년 만에 만나고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고향 동산에서 겨우 한 그루를 만났을 뿐이기 때문에 다른 산에서도 떡갈나무를 한번 찾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등산로 들머리부터 상수리나무들이 산비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상수리나무와 소나무 아래 잎이 넓고 잎자루가 긴 갈참나무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고 굴참나무와 졸참나무도 많았지만, 같은 참나무류에 속하는, 잎이 넓으면서도 잎자루가 짧은 신갈나무와 떡갈나무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등산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산을 올라서 그런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만하면 체력 테스트는 무난히 통과한 셈이었다. 물론 보다 젊었을 때처럼 걸음이 가볍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9부 능선쯤에 올라섰을 때 드디어 떡갈나무를 한 그루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나무도 고향 동산의 떡갈나무처럼 키가 큰 상수리나무에 하늘을 빼앗겨 우듬지는 말라 버렸고 밑동에서 움튼 가지만 두어 개 살아 있었다. 앞면이 매끄러운 대부분의 나뭇잎들과는 달리 떡갈나무 잎은 앞면에도 털이 있어 만져 보면 꺼칠꺼칠한 것이 특징이다. 능선길을 따라 구절송 쪽으로 좀더 걷다가 이번에는 키가 훤칠하고 건강하며 기품 있게 서 있는 떡갈나무를 하나 만났다. 이제는 잎을 만져 보지 않고도 멀찍이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구절송전망대 부근 길가에는 열 살도 안 돼 보이는 어린 떡갈나무도 서넛이 주저앉아 있었다. 나무가 앉아 있다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 모두 원줄기가 사람 손에 베어져 키가 나지막하였으니... 그중 어떤 나무는 몇 개의 도토리를 맺고 있었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도토리는 특유의 털로 덮인 깍지에 싸여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는데, 올가을에는 그 도토리 씨앗을 몇 개 주으러 다시 산에 올라야 하리라.
지금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차 33%, 완료(2차) 14%에 육박하고 있지만, 변종이 확산되고 4차 유행에 접어들어 하루 확진자가 사상 가장 많은 1,600명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구절송 전망대에서 바라본 팔공산은 코로나도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푸르고 늠름하고 수려하였다. 그 속의 고향 마을과 예전에 오르내리던 산등성이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하산하였다. 가을이 오면 파계봉 쯤에서 물불봉, 삼성봉(서봉), 비로봉, 미타봉(동봉)을 거쳐 관봉까지(욕심이 좀 과한가?) 팔공산 주능선에도 오랜만에 올라 보리라 생각하면서. 그리고 저 푸른 능선에, 아니 내 가슴 속에 아직도 꿋꿋하게 떡갈나무가 서 있어서 고맙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