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한계령 - 이홍섭

공산(空山) 2021. 2. 15. 16:43

   한계령
   이홍섭

 


   사랑하라 하였지만
   나 이쯤에서 사랑을 두고 가네

   길은 만신창이

   지난 폭우에
   그 붉던 단풍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집도 절도 없이
   애오라지 헐떡이는 길만이 고개를 넘네

   사랑하라 하였지만
   그 사랑을
   여기에 두고 가네

   집도 절도 없으니
   나도 당신도 여기에 없고

   애간장이 눌러 붙은 길만이
   헐떡이며, 헐떡이며
   한계령을 넘네

 

 

   -- 계간《미네르바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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