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거의 매일 한두 시간씩 자전거를 탔다. 산책로를 터벅터벅 걸을 때보다는 확실히 운동의 강도가 높아서 다리의 근육이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 요즘의 강가에는 산책로와 함께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어서 자전거 타기가 좋다. 집에서 서쪽으로 5분 거리에 금호강이 있다. 자전거길을 따라 강을 거슬러 가서 불로천이 금호강으로 흘러 드는 곳에서 다시 그 불로천을 거슬러 측백나무 군락지(천연기념물 1호)가 있는 도동마을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또는 불로천 하구의 징검다리를 건너서 계속 금호강을 거슬러 동촌을 지나 반야월까지 갔다가 돌아오거나 공항교를 건너 금호강을 하류쪽으로 따라가다가 침산교에서 돌아오면 두어 시간 걸린다.
지지난주엔 몇 권의 시집을 배달하러 금호강과 매호천을 따라 시지까지 다녀오느라 40km를 탔다. 또 지난주엔 금호강과 남천을 따라 경산까지 가서 옛 직장 친구 둘에게 자전거 입문 신고를 하며 점심을 먹고 오는데 50km를 탔다. 두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동촌까지 마중을 나왔었다. 그 며칠 후에도 경산의 한 친구를 동촌에서 만나 함께 하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어제는 그동안 벼르던 낙동강 강정까지 다녀왔다. 공항교를 건너 금호강을 따라 하류쪽으로 돌아가면 신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이 나온다. 그곳의 침산교를 건너서 계속 내려가면 금호강이 낙동강을 만나는 강정이 나오는데, 거기까지 휴대폰의 GPS 속도-거리계 앱은 35km 정도를 탔다고 알려 주었다. 낙동강에 어울리지도 않게 설치되었고 생태계를 교란하며 여름엔 엄청난 녹조를 만들어 댄다는 그 우람한 강정보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가 보았다. 한 30년 전에 이 부근에 왔을 때 보았던 넓은 모래톱은 물에 다 잠기고 없었다. 다시 보를 건너와서 강을 거슬러 지하철 2호선 종착역인 문양까지 가니 거리계는 41km를 가리켰다. 문양역 앞 식당에서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자전거를 접어 지하철을 탔는데, 평일이라서 승객은 많지 않았다. 시내에서 내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신천의 수성교 -- 침산교 -- 공항교를 거쳐 돌아왔다. 이날 자전거를 탄 실제 시간과 거리는 네 시간 남짓에 60km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나는 내(川)가 강을 만나거나 강이 더 큰 강을 만나는 곳, 큰 강이 바다를 만나는 곳에 가 보고 싶을 때가 많았다. 왠지 그곳이 궁금하고 그리웠다. 갈대밭과 모래톱이 넓고 품이 깊을 것이라 상상하던 곳, 신천이 금호강을 만나고 금호강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곳을 자전거 덕분에 나는 가 볼 수 있었다. 물론 실망할 일도 만나겠지만, 다음에는 고향의 동화천이 흘러서 금호강을 만나는 곳에도 가까이 다가가 볼 생각이다. 오늘은 하루 쉬라고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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