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歸去來辭*
김상동
5,300만 년 전 저 대왕고래
히말라야 남쪽 풀밭을 뛰어다니던 털북숭이였다지
다시 뭍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가슴지느러미 속에 남아 있는 손가락뼈
흔적으로만 남은 뒷다리
여전히 튼튼한 허파만을 믿고
오랜 버릇대로 위아래로 등뼈를 흔들어대며
이름마저 희미한 옛 친구들은
어떻게 변한 모습일까?
아직 그곳에 살고 있기나 하는지?
무리지어 오르내리며
나물 뜯고 열매 따던 따사로운 산비탈
밤마다 올라앉아 별을 쳐다보던 너럭바위
지금도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석별의 정표로 바다 속 친구들이 준
한 다스의 CD와 두툼한 책 한 권
그 너럭바위 위에 앉아 천천히 읽어 보리라
발굽과 털이 다시 돋을 날은 멀기만 한데
34년이란 세월이 3,400만 년 같은데……
*귀거래사歸去來辭 : 중국 진나라 도연명의 시 제목을 빌려 옴.
―『대구문학』141호(2019.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