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불두화나무

공산(空山) 2020. 7. 22. 09:59

   불두화나무

   김상동

 

 

   어머니 홀연히 떠나신 뒤에 알았네

   언젠가 함께 서서 가족사진 찍던

   돌담 앞 불두화나무에게

   당신 목걸이를 걸어 주고 가셨다는 것을

 

   외로움 함께 나눈 고마움의 표시였을까

   하나 뿐인 이 아들 사는 모습을

   당신 대신 지켜봐 달라는 부탁이었을까

 

   아니다, 어머니는 저 나무가 되신 거다

   굽은 등 아담한 키로 서서

   야윈 목에 염주 목걸이는 걸고

   봄비 맞으며 서 계시는 거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그 무거운 빨랫줄도 이젠 내려놓으시고

   잎사귀나 무성하게 틔우세요

   꽃숭어리 등환하게 달아 주시고,

 

 

   ―『문장』39호(2017. 겨울호)

 

 

 

'내가 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탱자나무 안테나  (0) 2020.08.01
깡통밭 약사略史  (0) 2020.08.01
그의 탈고  (0) 2020.08.01
어머니의 답장  (0) 2020.07.28
귀거래사  (0) 202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