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두화나무
김상동
어머니 홀연히 떠나신 뒤에 알았네
언젠가 함께 서서 가족사진 찍던
돌담 앞 불두화나무에게
당신 목걸이를 걸어 주고 가셨다는 것을
외로움 함께 나눈 고마움의 표시였을까
하나 뿐인 이 아들 사는 모습을
당신 대신 지켜봐 달라는 부탁이었을까
아니다, 어머니는 저 나무가 되신 거다
굽은 등 아담한 키로 서서
야윈 목에 염주 목걸이는 걸고
봄비 맞으며 서 계시는 거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그 무거운 빨랫줄도 이젠 내려놓으시고
잎사귀나 무성하게 틔우세요
꽃숭어리 등燈도 환하게 달아 주시고,
―『문장』39호(2017.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