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푸른곰팡이 - 이문재

공산(空山) 2020. 7. 5. 15:54

   푸른곰팡이

   —산책시(散策詩) 1

   이문재(1959~)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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