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내 작은 비애 - 박라연

공산(空山) 2020. 6. 22. 20:06

   내 작은 비애

   박라연(1951~ )

 

 

   소나무는 굵은 몸통으로

   오래 살면 살수록 빛나는 목재가 되고

   오이나 호박은 새콤달콤

   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만 살며

   백합은 제 입김과 제 눈매가

   누군가의 어둠을 밀어낼 때까지만 산다는 것

   그것을 알고부터 나는

   하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이 몸을 지배할 때까지만 살지 못하고

   몸이 생각을 버릴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단명한 친구는 아침 이슬이라도 되는데

   나는 참! 스물 서른이 마냥 그리운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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