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바다
배옥주
여자가 바다라고 말할 때
사내에게는 바닥이라고 들린다
울적할 땐 이 바닥에 자주 와요
전 이 바닥에 길들어 있어요
썰물로 가슴골이 드러난 바다
맨발로 건너온 여자의 골이 깊다
갯벌이 발등을 드러내는 바다
새조개가 파고드는 뻘은 어디까지가 바닥일까
여자에게 휘몰아친 바다는 시들지 않는 바닥
사내가 바닥이라고 말할 때
여자에게는 바다라고 들린다
―『The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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