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내일 - 장석주

공산(空山) 2020. 6. 18. 10:14

   내일
   장석주


   착한 망치가 계단 아래에 있고
   여름 아침의 구름은 하천에 방치되었다.
   나는 학교에 가지 않고 동생들과 옥상에 서 있었다.
   들 한가운데 정류장이 두 군데 서 있고
   그 너머로 청동의 강들이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갔다.
   문맹인 아이들이 옥수수를 먹고 있었다.
   독재자의 동상 아래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구부러진 못은 왜 시가 안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정오가 지나자 공중의 나비들이 땅에 떨어졌다.
   파초 잎에 후두두 빗방울이 떨어졌다.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해에 홍수가 졌다.
   커다란 잉어들이 하천을 거슬러 올라올 때
   외삼촌들이 그물과 양동이를 들고 하천으로 나갔다.
   그 무렵 마을 처녀들이 사라졌는데,
   노란 나비를 따라갔다는 풍문이 번졌다.
   아주 길고 혹독한 겨울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
   내일은 얼마나 긴 하루가 될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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