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주홍 이야기 - 배수연

공산(空山) 2020. 4. 15. 09:00

   주홍 이야기

   배수연 (1984~)

 

 

   내가 좋아하는 주홍
   노랑과 빨강이 끼어들지 않는
   주홍을 알고 싶다면,
   늙은 호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옛날 옛날 따뜻한 저녁 하늘이
   푸른 호박밭 위로 허물어졌다고
   그 시간 세상의 얼굴들이 모두
   호박빛으로 모서리를 녹였다고
   태양의 빨강도
   별의 노랑도
   끼어들지 않는
   그 시간에 주홍이 태어났다고

   주홍, 내가 좋아하는 우리의 얼굴

 

 

  『가장 나다운 거짓말 2019.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잎 - 이채민  (0) 2020.04.19
가족사진 - 이창수  (0) 2020.04.15
산앵두나무와의 가위바위보 - 심재휘  (0) 2020.04.11
꽃이 시드는 동안 - 정호승  (0) 2020.04.07
하루 - 염창권  (0)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