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이야기
배수연 (1984~)
내가 좋아하는 주홍
노랑과 빨강이 끼어들지 않는
주홍을 알고 싶다면,
늙은 호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옛날 옛날 따뜻한 저녁 하늘이
푸른 호박밭 위로 허물어졌다고
그 시간 세상의 얼굴들이 모두
호박빛으로 모서리를 녹였다고
태양의 빨강도
별의 노랑도
끼어들지 않는
그 시간에 주홍이 태어났다고
주홍, 내가 좋아하는 우리의 얼굴
―『가장 나다운 거짓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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