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부처
문숙
절 마당에 검은 바위처럼 엎드려 있다
한 자리에서 오전과 오후를 뒤집으며 논다
단풍객들이 몸을 스쳐도 피할 생각을 않는다
가면 가는가 오면 오는가 흔들림이 없다
산 아래 것들처럼
자신을 봐 달라고 꼬리를 치거나
경계를 가르며 이빨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생각을 접은 눈동자는 해를 따라 돌며
동으로 향했다 서로 향했다 보는 곳 없이 보고 있다
까만 눈동자를 따라 한 계절이 기침도 없이 지나간다
산 아래 세상은 마음 밖에 있어
목줄이 없어도 절집을 벗어날 생각을 않는다
매이지 않아
이곳이 극락인 줄 안다
지대방을 청소하는 보살에게 개 이름을 물으니
무념이라고 한다
―《문학청춘》 201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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