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데스크탑 PC를 쓰다가 노트북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초였다. 당시에 나는 트럼펫 연습을 위한 반주기 구입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마침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Dr. Kim이 성능 좋은 노트북을 사주어서 별도로 구입한 반주기 프로그램을 거기에다 얹어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반주기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 사진과 문서의 작성과 보관, 블로그 운영 등의 PC 기능들을 충분히 활용해 왔다. 다음의 글은 당시 SNS에 올렸었던 것인데, 처음 만든 블로그에 대한 나의 프롤로그였던 셈이다.
"북방족제비의 꿈 // 연초에 내겐 성능 좋은 노트북이 하나 생겼다. 이 물건을 만져 보고 두드려 보고 Window10이라는 문을 열고 들락거려도 보노라니, 앞으로 나의 아늑한 토굴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 내가 생각하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낀 것들, 두고두고 읽고 싶은 것들을 모두 이 토굴 안에다 갈무리할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만 출입할 수 있는 작은 습작실도 그 안에다 따로 하나 만들 것이다. / 이제 겨울이 되어서 흰눈색으로 털갈이를 마친 북방족제비는 새로운 토굴 블로그로 이사간다. 나의 고마웠던 산짐승 친구들아, 지나다니다가 내 발자국이 보이면 놀러와도 괜찮아."
그런데 3년 수개월이 지난 지금 내겐 다시 성능 좋은 테블릿 PC가 하나 생겼다. 지난봄부터 서울을 뻔질나게 내왕할 일이 생겨 열차간에서 근래에 부쩍 늘어난 유튜브 방송을 핸드폰을 통하여 즐겨 보게 되었다. 이 땅 이 나라에서, 이 시대에 살게 된 죄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들, 특히 최근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지명과 임명을 둘러싼 논란, 그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시대의 과제인 검찰 개혁 등의 이슈들을 다루는 방송들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그리고 EBS의 '인문학 특강'도 즐겨 본다. 이런 나를 위해 Dr. Kim이 지난 추석때 태블릿 PC를 하나 사 왔던 것이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나는 고맙고 기뻤다. 출시된 지 보름도 안 된 최신 모델이다. 키보드 겸용 커버도 딸려 있는데 그건 나중에 배달된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고 빌려서 읽으라고 전자도서관 앱까지 거기에다 설치해 주었다.
15인치 화면의 노트북은 크고 무거워서 아무래도 휴대하기가 불편했었지만, 10.5인치의 이 테블릿은 신국판 크기의 얇은 팸플릿만 해서 휴대하고 여행하기에 좋을 것 같다. 남양주의 김원장한테서 닷새를 묵으며 서울을 들락거리던 지난주엔 구경도 할 겸 지하철을 타고 남대문 시장에 들러서 이 테블릿과 함께 간단한 여행용품을 넣을 작은 가죽 가방도 하나 샀다. 그 가방을 메고 언제든지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날이 자못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