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부터는 단산지가 아주 가까운 곳이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먼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15년 전에 부모님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있다. 2004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찍은 사진이다.
아내와 내가 지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사진을 찍던 날 부모님과 함께 했던 일들에 대한 뚜렷한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 무렵에 아버지께서 당신의 평생에 처음으로 병원(파티마병원)에 일주일 가량 입원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 날이 퇴원하신 날이 아니었을까 하고 어렴풋이 짐작만 갈 뿐이었다. 때마침 어버이날이기도 해서 아마도 어디서 함께 이른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산가로 모시고 가는 길에 잠시 이곳에 들러 바람을 쐬며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나는 아내가 당시에 직접 바느질하여 만들어준 개량한복을 입고 있다. 사진에 나타난 촬영정보를 보면 카메라는 당신들의 둘째 손자가 가지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첫째 손자는 외국에 있을 때라서 빠졌지만, 아무튼 구도가 그런대로 잘 잡혀 있는 소중한 사진으로, 산가에 가면 액자로도 걸려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 사진을 찍은지 꼭 4년이 지난 2008년 어버이날에 돌아가셨다.
요즘 단산지에 산책을 갈 때면 우리가 앉고 서서 사진을 찍게 해주었던 그 반석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때로는 거기에 걸터앉아 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