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현상곡예(絃上曲藝) - 박성룡

공산(空山) 2019. 9. 21. 16:41

   현상곡예(絃上曲藝)

   박성룡(1930~2002)

 

 

   참고 견디다 못해

   마음이 허탈해지면

   바흐를 듣는다.

   바흐의 그 가늘고 기인 현()을 타고

   어느 꿈나라에라도 향하다 보면

   내 허탈에도 다소

   탄력(彈力)이 생긴다.

 

   누구누구의

   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죄이다.

   우리 모두 무엇엔가 허기져서

   허탈해진 상태.

   지식(知識)이 오히려

   쑥이 된 상태.

 

   줄타기 곡예단원(曲藝團員)

   높은 공중에서 줄을 타듯

   나는 오늘밤 바흐의 현()을 탄다.

   바흐의 현() 위에서는

   좀처럼 거드름을 피워도

   낙상할 염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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