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곡예(絃上曲藝)
박성룡(1930~2002)
참고 견디다 못해
마음이 허탈해지면
바흐를 듣는다.
바흐의 그 가늘고 기인 현(絃)을 타고
어느 꿈나라에라도 향하다 보면
내 허탈에도 다소
탄력(彈力)이 생긴다.
누구누구의
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죄이다.
우리 모두 무엇엔가 허기져서
허탈해진 상태.
지식(知識)이 오히려
쑥이 된 상태.
줄타기 곡예단원(曲藝團員)이
높은 공중에서 줄을 타듯
나는 오늘밤 바흐의 현(絃)을 탄다.
바흐의 현(絃) 위에서는
좀처럼 거드름을 피워도
낙상할 염려가 없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 이진명 (0) | 2019.09.29 |
---|---|
비를 가르쳐주는 사람 - 이희중 (0) | 2019.09.21 |
산산조각 - 정호승 (0) | 2019.09.21 |
농담 한 송이 - 허수경 (0) | 2019.09.15 |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0) | 2019.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