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천국 - 박서영

공산(空山) 2019. 8. 25. 13:41

   천국 

   박서영(19682018)

 

 

   밤의 국도에서 고라니를 칠 뻔했다 

   두 눈이 부딪혔을 때

   나를 향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던

   고라니의 검고 큰 눈망울

 

   오랫동안 그걸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이후 그 길을 지날 땐 자꾸 뭔가를 만지게 돼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천국을 아직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갖고 있어요

 

   천국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사라졌지요 

   도리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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