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어긋나도
전동균
칸나꽃 피어나고
흰곰들은 부서지는 빙판을 걸어가요
내가 새매라고, 예티라고, 부들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저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들의 형제인 나를
왜 내게는
소리 없이 소낙비를 뚫고 가는 날개가 없을까요
어떻게 나는
인간의 육신과 마음을 얻었을까요
구겨진 종이 같은
재를 내뿜는 거울 같은
약속은 어긋나고 예언은 늘 빗나갔어요
맨발의 지팡이들은 오래전에 추방되었어요
잠들기 전에
내 무덤을 환하게 여는 눈빛을 주세요
무덤에 절을 할 거예요
돌에 물을 뿌릴 거예요
조금씩 달라지는 별들의 표정을 지켜볼 거예요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20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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