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다시 텃밭에서

공산(空山) 2019. 5. 22. 18:26

지난해 시월 하순에 심었던 마늘과 양파가 온화했던 겨울 탓인지 풍작이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마늘쫑도 좀 뽑고, 주먹 만하게 굵어진 양파도 몇 알 맛보려고 뽑았다. 그리고 예초기의 시동을 걸어 짊어지고 풀이 무성해진 다섯 그루의 복숭아 나무 밑과 밭 주변, 산소 가는 오솔길의 풀을 베었다.

 

지난 삼월 말부터 신변에 생긴 '경황없음'으로 인하여 그동안 텃밭에 자주 못 오다가 그 경황없음이 조금씩 숙지게 되자 최근에는 가끔 들를 수 있게 되었다. 고사리밭에서 고사리를 몇 번 꺾어 삶아 말리기도 하고, 마늘과 양파밭에 물도 주었다. 얼마 전에는 고추 모종(30포기), 토마토(10포기), 가지(5포기), 오이와 파프리카(3포기씩), 고구마 모종(1), 양배추와 브로콜리(10포기씩)를 사다 심었고, 생강도 호기심에 처음으로 조금 심어 보았다. 울콩과 호박도 몇 군데 심었다. 지난해에 비하여 고추와 고구마는 줄였다. 왜냐하면 지난해 수확한 고춧가루가 아직 남아 있고 고구마는 캐는 데 힘이 너무 들어서다. 그리고 들깨를 심었던 밭을 올해는 묵히고 고구마를 심고 남은 자리에만 조금 심기로 하여, 지난주에 들깨를 파종해 두었다. 들깨는 모종이 자라면 유월 중순의 장마철에 이식할 것이다.

 

그밖에 텃밭에는 완두콩(한 이랑)이 한창 열매를 맺고 있고, 부추와 상추는 벌써 몇 번이나 베고 따서 먹고 있다. 나의 경황없음에 대하여는 별도의 카테고리에 우선 비공개로 기록하고 있거니와, 저 고추 모종이 자라 주렁주렁 달린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고구마를 캘 무렵이면 '이 또한 지나간 일이 되리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후일담도 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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