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메리 올리버
자서전이란 것이, 풍성하나 완성이 불가능한 이야기—강렬하고 조심스러우며 표출적이고 자기 본위적인 하나의 실패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러니 나의 이야기와 여기 존재함과 나라는 사람 전체에 그림자나 빛을 던질 진실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린 사슴이 철조망 고리에 앞발이 걸려 울타리에 매달려 있고, 사나운 농장 개들이 그리로 달려갈 때,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았어. 눈을 가리거나 달리는 것. 그래서 나는 달렸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빨리 달렸어. 사슴에게 몸을 던져 둘이 함께 철조망 울타리에 매달렸고, 개들은 이리저리 날뛰었어. 하지만 사슴은 내 마음을 모르고, 아니면 알긴 해도 내가 붙어 있는 걸 견딜 수 없었던 건지 염소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앞발을 홱 빼더니 숲으로 돌진했어.
며칠 후, 나는 들판에서 그 사슴을 보았어. 울타리에는 사슴이 앞발을 뺄 때 흘린 핏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 사슴은 멀쩡했어. 빠르고 민첩했으며 아름다웠지.
나는 생각했어. 그 일을 평생 기억하리라. 그 위험, 달음박질, 개들의 으르렁거림, 숨막힘. 그리고 행위와 도약—그 행복. 초록의 달콤한 거리감. 그리고 나무들. 주위를 둘러싼 나무의 무성함과 연민.
―『휘파람 부는 사람』 마음산책, 2015. (민승남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