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올리버

달력이 여름을 말하기 시작할 때

공산(空山) 2017. 12. 17. 22:28

   달력이 여름을 말하기 시작할 때

   메리 올리버

 

 

   나는 학교에서 나온다 재빨리

   그리고 정원들을 지나 숲으로 간다,

   그리고 그동안 배운 걸 잊는데 여름을 다 보낸다

 

   2 곱하기 2, 근면 등등,

   겸손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법,

   성공하는 법 등등,

   기계와 기름과 플라스틱과 돈 등등.

 

   가을쯤 되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다시 불려간다

   분필 가루 날리는 교실과 책상으로,

   거기 앉아서 추억한다

 

   강물이 조약돌을 굴리던 광경을,

   야생 굴뚝새들이 통장에 돈 한 푼 없으면서도

   노래하던 소리를,

   꽃들이 빛으로만 된 옷을 입고 있던 모습을.

 

 

   ―『완벽한 날들 마음산책, 2013. (민승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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