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여름을 말하기 시작할 때
메리 올리버
나는 학교에서 나온다 재빨리
그리고 정원들을 지나 숲으로 간다,
그리고 그동안 배운 걸 잊는데 여름을 다 보낸다
2 곱하기 2, 근면 등등,
겸손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법,
성공하는 법 등등,
기계와 기름과 플라스틱과 돈 등등.
가을쯤 되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다시 불려간다
분필 가루 날리는 교실과 책상으로,
거기 앉아서 추억한다
강물이 조약돌을 굴리던 광경을,
야생 굴뚝새들이 통장에 돈 한 푼 없으면서도
노래하던 소리를,
꽃들이 빛으로만 된 옷을 입고 있던 모습을.
―『완벽한 날들』 마음산책, 2013. (민승남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