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아폴리네르

앙드레 살몽의 결혼식에서 읊은 시

공산(空山) 2017. 7. 16. 09:41

   앙드레 살몽의 결혼식에서 읊은 시

                                        1909년 7월 13일

   기욤 아폴리네르

 

 

   오늘 아침 수많은 깃발을 보고 내가 혼자 뇌까린 말은

   저기 가난한 사람들의 풍요로운 의상이 널려 있구나, 가 아니다

   민주주의 수줍음이 내게 그 고통을 감추려 하는구나, 도 아니고

   저 이름 높은 자유의 사주를 받아 이제 오 식물의 자유

   오 지구상의 유일한 자유 나뭇잎을 흉내 내는구나, 도 아니고

   사람들이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집들이 불타고 있구나,도 아니고

   저 흔들리는 손들이 내일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해 주겠지, 도 아니고

   삶을 이용할 줄 모르는 자들을 목 메달아 놓았구나, 조차 아니고

   바스티유를 다시 점령함으로써 세상을 다시 개혁하는 것이지, 조차 아니다

   시에 터를 잡은 자들만이 세상을 개혁함은 내가 익히 아는 바

   파리가 깃발로 장식된 것은 내 친구 앙드레 살몽이 여기서 결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저주받은 동굴에서 만났다

   우리 젊은 날에

   둘이 모두 담배를 피우며 엉망으로 옷을 입고 새벽을 기다리며

   의미를 바꾸어야 할 매양 똑같은 말들에 몰두하고 몰두하며

   헛짚고 헛짚으며 불쌍한 어린 것들 아직 웃을 줄도 모르고

   식탁과 술잔 두 개가 오르페우스의 마지막 시선을 우리에게 던지며 죽어 가는 자가 되었다

   술잔은 떨어져 깨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웃음을 배웠다

   우리는 그래서 상실의 순례자가 되어 떠났다

   이 거리 저 거리를 가로질러 이 지방 저 지방을 가로질러 이성을 가로질러

   오필리아 떠 있던 강가에서 나는 그를 다시 보았다

   수련 사이에 그 여자 아직도 하얗게 떠 있다

   광기의 곡조를 연주하는 피리 소리 따라

   그는 창백한 햄릿들 속으로 가 버렸다

   죽어 가는 러시아의 농부 곁에서 지복을 기다리며

   나체의 여자들을 닮았노라 흰 눈을 예찬하는 그를 나는 다시 보았다

   아이들의 표정을 바꿔 놓는 똑같은 말들의 성가를 드높이려

   이것저것을 만드는 그를 다시 보았으며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추억미래를 말하나니 내 친구 앙드레 살몽이 결혼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뻐하자 우리의 우정이 우리를 살찌운 강이었고

   물가의 땅 우리의 풍요로움은 모두가 소망하는 자양이어서가 아니다

   우리 술잔이 다시 한 번 죽어 가는 오르페우스의 시선을 우리에게 던지기 때문도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눈과 별을 혼동할 만큼 우리가 컸기 때문이 아니다

   백 년 전부터 지켜야 할 삶과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가졌다고 흐뭇해하는 시민들의 창가에 깃발이 펄럭여서도 아니다

   시에 터를 잡은 우리가 우주를 짓고 허무는 말들에 권리를 가졌다고 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우습지 않게 울 수 있고 웃을 줄도 알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옛날처럼 담배 피우고 술 마시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기뻐하자 불과 시인들의 지도자인 사랑

   별들과 행성들 사이 단단한 공간을

   빛처럼 가득 채우는 사랑

   그 사랑이 오늘 내 친구 앙드레 살몽이 결혼하기를 바라 마지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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