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어느 날의 늙은 아내와 나
서정주
오랜 가난에 시달려 온 늙은 아내가
겨울 청명한 날
유리창에 어리는 관악산을 보다가
소리 내어 웃으며
“허어 오늘은 관악산이 다아 웃는군!” 한다.
그래 나는
“시인은 당신이 나보다 더 시인이군!
나는 그저 그런 당신의 대서쟁이구……“ 하며
덩달아 웃어 본다.
—《시와시학》200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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