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낱말
쉼보르스카
"La Pologne(폴란드)? La Pologne(폴란드)? 거기는 지독하게 춥다면서요? 정말인가요?"
이렇게 물으며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구촌 방방곡곡 분쟁이 끊이질 않는 요즘, 날씨 이야기만큼 적절한 화제도 없으므로.
"아, 부인!"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내 조국에서는 시인들이 장갑을 낀 채 시를 쓴답니다. 물론 이십사 시간 내내 장갑을 끼고 사는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포근한 달빛이 방 안을 따뜻하게 데워주면, 그때는 비로소 장갑을 벗지요. 그들이 쓴 시구에는 부엉이의 황량하고 구슬픈 울음소리가 담겨 있답니다. 이따금 사나운 광풍이 으르렁대며 그 틈바구니를 파고들기도 하죠. 시인들은 바다표범을 기르는 어부들의 소박한 삶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답니다. 고전주의자들은 바람에 쌓인 눈 더미를 발로 꾹꾹 누른 뒤에, 그 위에다 잉크를 묻힌 고드름으로 서정시를 새겨넣지요. 나머지, 우리 데카당파 작가들은 흩날리는 눈송이의 덧없는 운명을 바라보며 비탄에 잠기곤 하죠. 물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직접 도끼를 가지고 호수 위에 바람구멍을 만들어야 한답니다. 친애하는 부인이여!"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프랑스어로 '바다표범'이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고드름'과 '바람구멍'도 확실치 않았다.
"La Pologne(폴란드)? La Pologne(폴란드)? 거기는 지독하게 춥다면서요? 정말인가요?"
"Pas du tout(뭐, 대체로 그렇죠)."
나는 얼음처럼 냉랭한 목소리로 짤막하게 대답하고 만다.
― 『끝과 시작』 문학과지성사(최성은 역),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