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다
김사인
뭔가 잃은 듯 허전한 계절입니다.
나무와 흙과 바람이 잘 말라 까슬합니다.
죽기 좋은 날이구나
옛 어른들처럼 찬탄하고 싶습니다.
방천에 넌 광목처럼
못다 한 욕망들도 잘 바래겠습니다.
고요한 곳으로 가
무릎 꿇고 싶습니다.
흘러온 철부지의 삶을 뉘우치고
마른 나뭇잎 곁에서
죄 되지 않는 무엇으로 있고 싶습니다
저무는 일의 저 무욕
고개 숙이는 능선과 풀잎들 곁에서.
별이 총총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