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月백중
백석
마을에서는 세불 김을 다 매고 들에서
개장취념을 서너번 하고 나면
백중 좋은 날이 슬그머니 오는데
백중날에는 새악씨들이
생모시치마 천진푀치마의 물팩치기 껑추렁한 치마에
쇠주푀적삼 항나적삼의 자지고름이 기드렁한 적삼에
한끝나게 상나들이 옷을 있는대로 다 내 입고
머리는 다리를 서너켜레씩 들여서
시뻘건 꼬들채 댕기를 삐뚜룩하니 해 꽂고
네날백이 따백이 신을 맨발에 바꿔 신고
고개를 몇이라도 넘어서 약물터로 가는데
무썩무썩 더운 날에도 벌 길에는
건들건들 씨연한 바람이 불어 오고
허리에 찬 남갑사 주머니에는 오랜만에 돈푼이 들어 즈벅이고
광지보에서 나온 은장두에 바눌집에 원앙에 바둑에
번들번들 하는 노리개는 스르럭 스르럭 소리가 나고
고개를 몇이라도 넘어서 약물터로 오면
약물터엔 사람들이 백재일치듯 하였는데
봉갓집에서 온 사람들도 만나 반가워하고
깨죽이며 문주며 섭가락앞에 송구떡을 사서 권하거니 먹거니하고
그러다는 백중 물을 내는 소내기를 함뿍 맞고
호주를하니 젖여서 달아나는데
이번에는 꿈에도 못잊는 봉갓집에 가는 것이다
봉가집을 가면서도 七月 그믐 초가을을 할 때까지
평안하니 집사리를 할 것을 생각하고
애끼는 옷을 다 적시어도 비는 씨원만 하다고 생각한다
―「문장」 속간호, 194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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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불 - 세 번
개장취념 - 각자가 얼마씩의 비용을 내어 개장국을 끓여 먹는 놀이
물팩치기 - 무릎
껑추렁하다 - 껑충하다. 키가 멋 없이 크고 다리가 길다
紫芝고름 - 紫朱고름
기드렁하다 - 아래로 늘어져 길죽하다
한끝 - 한끗. 한껏
다리 - 월자. 숱이 적은 여자들이 덧넣는, 꼭지를 맨 딴 머리털
꼬둘채 댕기 - 채찍 끝에 달린 고들개 같은 댕기
네날백이 - 세로줄을 네 가닥 날로 짠 짚신
따백이 - 곱게 삼은 짚신
즈벅이다 - 지벅이다. 다리에 힘이 없어 서투르게 걷다
광지보 - 광주리 보자기
백재일치듯 - 백차일 치듯. 흰옷을 입거나 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모양
봉갓집, 봉가집 - 친구네 집
문주 - 부침개
호주를하니 - 물기에 촉촉이 젖어 몸이 후줄근하게 되어
집사리 - 급한 일에 쫓기지 않고 집에서 쉴 수 있는 생활, 집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