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달래
백석
오월이는 작은 종
그 엄마는 큰 종
사나운 주인이 마소처럼 부리는
오월이는 작은 종
그 엄마는 큰 종
하루는 그 엄마 먼 곳으로 일을 가
해가 져도 안 왔네
밤이 돼도 안 왔네
오월이는 추워서 엄마 찾아 울었네
오월이는 배고파 엄마 찾아 울었네
배 고프고 추워서 울던 오월이
주인집 부엌으로 몸 녹이러 갔네
부엌에는 부뚜막에 수수찰밥 한 양푼
주인네 먹다 남은 수수찰밥 한 양푼
오월이는 어린 아이
한 종일 굶은 아이
수수찰밥 한 덩이 입으로 가져 갔네
이 때에 주인 마님 샛문 벌컥 열었네
밥 한 덩이 입에 문 오월이를 보았네
한 덩이 찰밥을 입에 문 채로
오월이는 매 맞았네
매 맞고 쫓겨 났네
춥디 추운 밖으로 쫓겨난 오월이
캄캄한 어둔 밤에 엄마 찾아 울었네
행길로 우물가로 엄마 찾아 울다가
앞 텃밭 밭고랑에 얼어붙고 말았네
주인집 수수밥 덩이 먹지도 못하고
어린 종 오월이는 얼어 죽고 말았네
엄마도 못 보고 얼어 죽고 말았네
그 이듬해 이른 봄 얼었던 땅 풀리자
오월이가 얼어 죽은 앞 텃밭 고랑에
남 먼저 머리 들고 달래 한 알 나왔네
이 달래 어떤 달래
곱디 고운 붉은 달래
다른 달래 다 흰데
이 달래 붉은 달래
수수찰밥이 붉듯이
이 달래 붉은 달래
수수찰밥 한 덩이로 얼어 죽은 오월이
원통하고 슬퍼서 달래되어 나왔네
수수찰밥 아니 잊혀 수수찰밥빛 그대로
엄마가 보고 싶어 이른 봄에 나왔네
사나운 주인에게 쫓겨나 죽은
불쌍한 오월이가 죽어서 된 이 달래
세상 사람 이름 지어
쫓기달래
이 달래 가엾어서
이 달래 애처로워
세상에선 이 달래를 차마 못 먹네
―「집게네 네 형제」1957년(46세)
'백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일산조(秋日山朝) (0) | 2019.01.10 |
---|---|
'호박꽃 초롱' 序詩 (0) | 2016.12.30 |
七月백중 (0) | 2016.12.30 |
국수 (0) | 2016.12.30 |
木具 (0) | 2016.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