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쫓기달래

공산(空山) 2016. 12. 30. 13:59

   쫓기달래

   백석

 

       

   오월이는 작은 종

   그 엄마는 큰 종

 

   사나운 주인이 마소처럼 부리는

   오월이는 작은 종

   그 엄마는 큰 종

 

   하루는 그 엄마 먼 곳으로 일을 가

   해가 져도 안 왔네

   밤이 돼도 안 왔네

 

   오월이는 추워서 엄마 찾아 울었네

   오월이는 배고파 엄마 찾아 울었네

 

   배 고프고 추워서 울던 오월이

   주인집 부엌으로 몸 녹이러 갔네

 

   부엌에는 부뚜막에 수수찰밥 한 양푼

   주인네 먹다 남은 수수찰밥 한 양푼

 

   오월이는 어린 아이

   한 종일 굶은 아이

   수수찰밥 한 덩이 입으로 가져 갔네

 

   이 때에 주인 마님 샛문 벌컥 열었네

   밥 한 덩이 입에 문 오월이를 보았네

 

   한 덩이 찰밥을 입에 문 채로

   오월이는 매 맞았네

   매 맞고 쫓겨 났네

 

   춥디 추운 밖으로 쫓겨난 오월이

   캄캄한 어둔 밤에 엄마 찾아 울었네

 

   행길로 우물가로 엄마 찾아 울다가

   앞 텃밭 밭고랑에 얼어붙고 말았네

   주인집 수수밥 덩이 먹지도 못하고

   어린 종 오월이는 얼어 죽고 말았네

   엄마도 못 보고 얼어 죽고 말았네

 

   그 이듬해 이른 봄 얼었던 땅 풀리자

   오월이가 얼어 죽은 앞 텃밭 고랑에

   남 먼저 머리 들고 달래 한 알 나왔네

 

   이 달래 어떤 달래

   곱디 고운 붉은 달래

   다른 달래 다 흰데

   이 달래 붉은 달래

   수수찰밥이 붉듯이

   이 달래 붉은 달래

 

   수수찰밥 한 덩이로 얼어 죽은 오월이

   원통하고 슬퍼서 달래되어 나왔네

   수수찰밥 아니 잊혀 수수찰밥빛 그대로

   엄마가 보고 싶어 이른 봄에 나왔네

 

   사나운 주인에게 쫓겨나 죽은

   불쌍한 오월이가 죽어서 된 이 달래

   세상 사람 이름 지어

   쫓기달래

 

   이 달래 가엾어서

   이 달래 애처로워

   세상에선 이 달래를 차마 못 먹네

 

 

   ―「집게네 네 형제」19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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