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울산에 사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20여일 전, 이곳 고향집 마당에서 고등학교 졸업 40주년 기념 모임을 했었는데(37명 참석), 그때 부부가 함께 와서 오랜만에 보게 되었던 친구다. 40년 전쯤에 이곳에 놀러 왔었을 때 엄마가 토끼탕을 끓여 주시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친구다. 집에서 손수 만든 맥주를 좀 보내려고 한다며 주소를 물었다.
그 맥주가 오늘 오후에 도착했다. 정성 들여 포장해 보내준 박스를 뜯어보니 막걸리 병 만한 용기에 세 병이나 들어 있었다. 뒷집 형과 나팔 연습을 하면서 맛보았는데, 맛과 향이 진하고 좋았다. 보내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번 미국 여행 중에 즐겨 마시던 Ale 맥주와 맛이 비슷하다고 했더니 맞단다. APA(American Pale Ale)이라는 맥주라며 다음에 만드는 법까지도 가르쳐 주겠단다.
나는 지금도 그 옛날 엄마가 직접 담가 걸러 주시던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하는데, 엄마가 하시던 대로 누룩을 구하고 고두밥을 쪄서 직접 막걸리를 담가 보고 싶지만 아직도 실행을 못하고 있다. 이런 나의 게으름에 비하면 친구의 부지런함과 정성은 얼마나 대단한가. 두 병만 마시고 한 병은 아내에게 보여주려고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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